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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암담한 현실 속 뒤틀린 욕망이 만들어낸 환영!

등록일 2014년09월16일 17시00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사극 전성시대, <군도 : 민란의 시대>를 거쳐 <명량>과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 흥행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명량>은 한국의 역대 흥행기록을 다 갈아치우고 누적관객수 1,700만을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 1,0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영화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인 현상인데,1,700만이라니. 이 정도라면 전 국민이 봤다고 말해도 과장이 아닐 것이다.
무엇일까?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이유는 단지 영화 내적인 부분만을 봐서는 알 수 없다. 한국의 현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상황, 그리고 영화산업의 머리만 거대해지고 몸통과 팔, 다리는 존재하지 않는 괴물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지면을 통해서는 <명량>이라는 영화 안에서 그 이유를 찾아보고자 한다.

 


 

영웅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 사이에서!

영화 <명량>은 마치 두 개의 영화가 결합해 있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전반부와 후반부 두 개의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다. 전반부는 명량해전 직전 2박 3일간의 시간, 그리고 후반부는 명량해전 당일 울돌목에서의 전투를 재현하는 시간.
전반부는 12척의 배로 133척의 왜군과 싸우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하는 이순신 장군, 아니 영웅 이순신의 고뇌와 외로움이 주제다. 그렇다, 이순신이다. 초등학교 때부터 교과서를 통해 배워온 나라의 영웅, 이순신. 그는 인간의 차원을 떠난 인물, 실재했으면서도 전설적인 영웅이다.
그런데 고뇌한다고? 전설적인 영웅이 인간적인 고뇌 따위를? 여기서 이순신을 연기한 배우 최민식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장군님 방문을 아무리 두드려도 답이 없으니 정말 막막했다. 뭔가 인간을 초월한 존재처럼 느껴졌다. 배우의 자존심으로 그런 이미지를 그냥 복사하는 건 싫었다. 분명히 우리와 다를 바 없는 인간적 면모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도 인간인데!

 

영웅 이순신에게서 인간의 모습을 찾고자 한 최민식은 고백한다. 결국 실패했다고. 그래서 이순신이라는 사람을 제대로 표현했는지 확신이 서지 않고 찜찜하다고. 이 영화의 교묘한 울림은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영웅 이순신과 인간 이순신 사이에서 방황하고 있는 배우 최민식. 그래서 그냥 영웅으로만 봉합된 전설도 아니고, 인간계에서 실재했던 뛰어난 장수만도 아닌,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떠도는 이상한 이순신이 탄생했다. 고독한 인간이면서 동시에 신적인 존재. 이 영화의 흥행에는 교과서에서만 존재해왔던 역사적인 동시에 신적인 존재, 이순신을 현실 속에 다시 불러내었고, 그를 통해 세월호의 죽음에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 시대, 이순신 같은 존재를 영도하고 싶은 욕망에서 비롯된 것일지 모른다.

 

관객은 백성의 시선과 동일시된다!

그 욕망은 <명량>의 후반부인 전투 묘사에서 이상한 방식으로 드러난다. 전투장면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은 울돌목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를 주변 바닷가에서 바라보는 백성들의 시선과 일치시킨다. 이 백성의 시선. 백성들은 이기는 것이 불가능한 이 전투에서 이순신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응원하고, 심지어 왜군의 함정을 알려주는 역할까지 하는데, 이 시선은 세월호가 가라앉는 것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며 무기력했던 국민들 입장에서는, 기묘한 착시 효과를 준다.


이 순간 명량해전은 영웅 이순신으로 인해 백성들이 하나가 되고, 하나가 된 백성이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나라를 구해낸다는 환영! 따라서 극적인 표현을 위해 조작된 많은 부분들, 회오리에 휩쓸려 들어가는 이순신이 타고 있는 배를 백성들이 탄 몇 개의 작은 배들이 밧줄로 걸어 구출해내는 허구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은 기쁜 마음으로 이 전투에 동참하게 된다. 영화 <명량>의 1,700만 관객 동원은 어쩌면 암담한 현실에 눈 감고자 하는 뒤틀린 욕망이 만들어낸 괴물스런 환영은 아닐까?

 

강준상 영상노동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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