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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부모 없는 세대의 근친 로맨스

어른보다 더 어른스러운 아이들

등록일 2014년06월25일 16시5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영화 <셔틀콕>은 10대 후반으로 보이는 소년과 소녀의 데이트 장면으로 시작된다. 소년이 손으로 들고 촬영하고 있는 스마트폰으로 찍은 장면이다. 관객은 소녀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있다는 것, 그리고 소년이 소녀를 좋아하고 있는 것 같다는 것을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영화가 진행되고 소년과 소녀의 관계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관객의 관점은 균열을 일으키게 된다. 소년(민재)과 소녀(은주)는 부모가 재혼을 해 서로 남매가 된 사이고 그 부모는 억대 보험금을 남겨두고 교통사고로 죽었다. 그리고 이 둘에게는 은호라는 어린 남동생이 있다. 그런데 어느 날 은주가 민재와 은호를 남겨놓고 1억을 가지고 사라진다. 민재는 인터넷에서 발견한 은주를 닮아 보이는 여성이 등장하는 동영상 속의 마트를 찾아 차를 몰고 떠나는데 어린 동생 은호가 차 뒷좌석에 몰래 타고 여행을 따라간다. 민재와 은호의 누나를 찾아 떠나는 로드무비는 그렇게 시작된다.

부모 잃은 세대, 부모 없는 세대, 어른 없는 시대
영화 <셔틀콕>의 세계 안에는 부모가 없거나, 있더라도 존재의미가 없어 보이는 아이들만 존재한다. 영화에는 단 한 명의 어른도 등장하지 않는다. 누나인 은주를 찾는 여행 중에 민재는 동생 은호와 누나 은주의 친아버지를 찾는다. 민재는 부모의 죽음 이후 법적인 동생이긴 하지만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동생 은호를 몇 번이나 버리고 도망가려다가 다시 되찾는데 아마도 친아버지에게 동생을 맡기려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전화 목소리로만 등장하는 은호의 친아버지와 만나는데 실패한다. 이미 재혼한 은호의 친아버지는 아이들을 만날 생각이 없다. 영화 속에는 그 이외에도 여러 아이들이 존재한다. 민재가 누나 은주를 찾는데 도움을 주는 민재의 친구, 은호를 괴롭히는 운동장의 청소년들, 민재의 어린 시절 친구로 보이는 몇몇 아이들, 그들 모두에게 부모는 없거나 있어도 의미를 상실한 존재로 보인다. 이 시대에 어른은 없다.

근친 로맨스와 유사가족
민재는 결국 바다에 인접한 한 마을의 마트에서 은주를 발견한다. 멀찌감치 떨어져 은주를 지켜본다. 은주는 낮에는 마트에서 저녁에는 음식점에서 일을 하면서 바쁘게 살고 있는데 만삭인 몸이다. 민재는 은주를 만나 1억이 넘는 돈을 들고 튀었으면서 1년도 되지 않아 그 돈을 다 어떻게 했냐며 돈을 요구하지만 은주에겐 남은 돈이 없다. 아르바이트를 해서 번 돈을 몇 만원 쥐어주자 민재는 돈을 던져버린다. 은주는 민재에게 알 수 없는 말 한 마디를 남긴다. 네가 그때 그 말만 하지 않았더라도 이렇게 되지 않았다고. 은주의 뱃속 아이는 민재와의 아이일 것 같다고 관객은 짐작할 수 있다. 민재는 은호를 은주가 발견할 수 있는 곳에 버려두고 떠난다. 그리고 다시 서성이길 몇 차례, 은호와 다시 만나고 함께 길을 떠난다.

영화 <셔틀콕>은 아이들의 영화다. 하지만 10대가 등장하는 청소년 영화들의 흐름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다. 청소년이 중심인 영화의 새로운 문화적 흐름과 세대 담론이 없다. 아무런 혈연관계가 없는 형제인 은호와 민재가 유사가족으로서 살아갈 앞으로의 삶, 그리고 남동생의 아이를 가진 채 연고가 없는 마을에서 살아갈 은주의 삶. 아무 대안도 대책도 없이 위태로워 보이는 이들의 삶은 그러나 막장이 아니다. 민재는 결국 동생을 챙기고, 은주는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 어른들이 존재하지 않는 영화 <셔틀콕>의 세계에서 길을 찾아가는 아이들이 새로 써나갈 삶은 이미 어른의 의미를 상실한 부모들의 세계보다 더 인간다워 보인다.


 

강준상 영상노동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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