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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콩과 물벼락 갑질 그리고 노동조합 

등록일 2018년05월09일 14시16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땅콩과 물벼락 갑질 그리고 노동조합 

 

다시 노동절이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를 보내고, 처음 맞게 되는 노동절인 만큼 기분이 이전과 다르다. 두 정부 모두 노동유연화를 거세게 밀어 붙였고, 노조를 적대시했다. 박근혜 정부는 비선실세인 최순실과 함께 나라를 풍비박산 냈다. 민주주의에 대한 큰 불신이 남았지만, 시민들은 촛불로 희망의 홀씨를 심었다. 지난 1년 동안 정상국가의 모습을 보는 즐거움이 컸다. 이 정부는 양대 노총을 국정운영의 파트너로 삼겠다고 약속했다. 사회적 대화도 시동이 걸린 듯하다. 청년과 여성, 이전 사회적 대화에서 소외됐던 이들도 대화의 주체로 참여한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고 얘기하기는 이른 감이 있다. 하지만 변한 것만은 분명하다. 그럼에도 노동조합의 활동 공간은 오히려 위축돼 우려스럽다. 

 


지난달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의 파장이 끝날 줄 모른다.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의 차녀인 조 전무가 광고회사를 상대로 폭언을 하고, 물을 끼얹고 컵을 던진 사건이다. ‘맷값 폭행’의 당사자인 최철원(최태원 SK 회장 사촌동생)씨, 라면 상무로 알려진 포스코에너지 왕모 전무 등 노동자를 상대로 한 갑질 사건은 역사가 길다. 그런데 이번 갑질 사태는 이전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 갑질은 밀수 의혹으로 번졌고, 총수 일가의 이전 갑질까지 폭로됐다. 급기야 대한항공 직원은 SNS에 익명 채팅방을 만들었다. 직접 경험했거나, 동료에게 들었던 얘기를 폭로하고 있다. 익명 채팅방에는 임직원, 언론인, 사측 관계자 등 구성도 다양하다. 전·현직 직원들의 폭로가 이어지고, 동영상과 녹취파일 등이 나오면서 한진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의 상태다. 기업 오너라는 권위 뒤에 가려졌던 실체가 대중 앞에 발가벗겨진 셈이다. 


익명 채팅방의 비조합원은 노조의 개입을 꺼리고, 거부하고 있다. 대한항공에는 대한항공노조(한국노총 연합노련), 대한항공조종사노조(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대한항공조종사새노조(상급단체 없음)가 설립돼 있다. 3개의 노조 중 조종사노조와 대한항공노조가 지난 27일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연대해 집회를 열었다. 하지만 비조합원의 여론은 싸늘했다. 일부 직원들은 집회를 보이콧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이들 노조를 ‘어용노조’라고 폄하하는 기사까지 내보냈다. 경영진의 전횡을 바로 잡아야 할 중대한 사태에서 노조가 배제된 셈이다.


수사기관의 수사가 끝나고, 언론의 보도가 줄어들면 결국 이 사태를 마무리해야 하는 건 노조밖에 없다. 경영진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은 법적 구속력이 없다. 경영진은 여론이 들끓는 지금 모든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론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약속은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높다. 경영진은 인사권을 갖고 있고, ‘을’인 직원은 계속 일해야 한다. 결국 경영진의 전횡을 막으려면 단체협약에 명문화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역할은 법적 지위를 갖고 있는 노조가 해야 한다. 노조가 배제되어선 안 되는 이유다. 


이번 대한항공 사태는 노조에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노조의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질 때가 아닐까 싶다. 노조가 조합원의 권익신장을 위한 단체인지. 전체 노동자의 이익을 대표하는 단체인지 노조 스스로 질문에 답해야 한다. 어떤 답을 하던 장단점은 명확하다. 노조가 공익적 활동을 강조할수록, 노조 활동은 제약되고 힘들어진다. 그럼에도 오늘날 노동자들은 노조에 많은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인상은 물론 사내 조직문화를 민주적으로 바꾸는 역할까지 노조에 요구된다. 임금이 조합원의 기대만큼 오르지 않으면, 노조에 대한 지지가 약해진다. 비조합원은 노조로 인한 장점까지 함께 나누고 싶어 한다. 노조하기 참 어려운 시대다. 그럼에도 판을 바꾸는 건 여론 뿐이다. 갑질 사태가 메가톤급 이슈가 된 건 직원의 반발 여론 때문이었다. 결국 ‘어떻게 연대할지’라는 질문 하나가 남았다. 

 

 

구태우 뉴스토마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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