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너 닫기
뉴스등록
포토뉴스
RSS
자사일정
주요행사
맨위로

점심시간

등록일 2018년05월09일 14시14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몇 주간 ‘점심시간’이 언론지면에 많이 올랐다. 금융노조가 올해 임금단체협상에서 휴게시간 1시간 준수를 요구해서다. 창구업무를 하다보면 점심시간이 되어도 이미 진행 중인 고객의 업무 처리를 중단하기 힘들고, 그러다보면 늘 점심 휴게시간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보육교사들의 점심시간도 이슈가 됐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더욱 열악하다. 보통 아이들의 점심을 챙겨주고 나서야 겨우 늦은 점심을 먹는다. 그렇다고 휴게시간도 아니다. 한시도 아이들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보육교사들의 점심시간은 ‘근로시간’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그나마 운이 좋아 마음씨 좋은 원장을 만났을 때 휴식시간을 이동해 1시간 일찍 퇴근하는 경우가 드물게 있었다. 그런데 이마저도 보육업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휴게시간을 포함해 9시간씩 일하는 대신 8시간 근무하고 일찍 퇴근하는 방식이 불가능해졌다.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1시간 무급노동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두 가지 점심시간에 대한 언론의 보도는 아주 달랐다. 보육교사들의 점심시간 보장에 대해서는 그나마 우호적이다. 미국 및 캐나다처럼 어린이집마다 보조교사를 둬 보육교사가 1시간의 식사시간을 온전히 갖도록 하자거나, 유치원과 초중등교사처럼 점심시간을 8시간 근무 내에 포함하고 임금을 지급하자는 노동계의 주장을 전달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노동자들의 휴게시간 보장에 대해서는 아주 비판적이다. 고객 불편을 우려한 우회적 비판에서부터 ‘어처구니없다’는 노골적 비판까지 이어진다. 언론뿐만이 아니다. 댓글에서도 금융노동자들을 향한 비판은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노동자들의 온전한 휴게시간을 보장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보도나 댓글은 가뭄에 콩이 나는 수준이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두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는 이용자의 불편이다. 어린이집은 점심시간을 보장하라고 요구해도 이 시간동안 아이들을 내보내고 어린이집 문을 닫지는 않는다. 둘째는 두 업종 노동자들의 처우의 차이다. 장시간 저임금에 내몰려 있는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처우와 소위 억대연봉이라 불리는 금융노동자 사이에는 엄연한 임금격차가 존재하고, 상대적으로 고임금인 금융노동자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기 때문이라 여겨진다.


그런데 이는 두 가지 서비스의 차이에 대한 이해부족이 원인인 듯싶다. 보육노동자의 서비스가 금융서비스에 비해 가치가 낮다는 말이 아니다. 보육노동자들은 돌봄 서비스 시간이 대부분 노동시간이지만 은행노동자들의 경우는 대면업무를 끝내도 마감하는데 까지 추가시간이 필요하다. 창구 문을 닫아도 일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두 번째로 창구에서 일하는 금융노동자들의 처우는 보통 생각하는 금융권 연봉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대부분 은행에서 창구업무를 담당하는 ‘텔러’직군은 대부분 여성이며, 이들의 급여수준은 정규직 남성의 60% 수준이다. 배부른 노동자들이 휴게시간까지 보장받으려는 떼쓰기가 아니라는 말이다.


이 글을 쓰는 취지는 두 직군을 비교해서 우열을 가리자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희생을 바탕으로 고객편의 입장만 고수하는 고객들의 요구 또한 바로잡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휴게시간이 소중하듯 보육노동자, 금융노동자 모두의 휴게시간이 소중하다. 어느 직종보다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제대로 보상조차 받지 못하는 언론사 기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안 된다고 막무가내로 비판할 것이 아니라, 그들의 노동을 이해하고, 합리적 대안을 모색하는 논의가 이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지현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이지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올려 0 내려 0
유료기사 결제하기 무통장 입금자명 입금예정일자
입금할 금액은 입니다. (입금하실 입금자명 + 입금예정일자를 입력하세요)

가장 많이 본 뉴스

종합 인터뷰 이슈 산별 칼럼

토크쇼

포토뉴스

인터뷰

기부뉴스

여러분들의 후원금으로
행복한 세상을 만듭니다.

해당섹션에 뉴스가 없습니다

현재접속자 (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