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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뽑아 쓰고 버리는 티슈가 아닌데

등록일 2019년05월09일 10시29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이지현 한국노총 교육선전본부 실장

 

10대 때 죽은 동창 아이가 한명 있다. 오토바이 사고였다. 어릴 적 기억이라 희미하긴 하지만 그 친구의 집안형편은 그리 넉넉하지 않았고, 실업계 고등학교를 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하다 사고를 당한 것이라 들었다. 
 

지난 4월 <서울신문>이 “나는 티슈 노동자입니다”라는 제목으로 10대 노동자들의 참담한 노동현실을 보도했다. 그 기사를 읽으며 나는 어린 나이에 사고로 죽은 내 친구가 떠올랐다. 어릴 적 그 친구의 죽음을 들었을 땐 그냥 사고라고 생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분명 사회적 타살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서울신문에 따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업무 중 사고를 당해 산재 승인을 받은 19세 미만 노동자는 3,025명이었다. 하루 2.7명꼴이다. 산재를 당한 10대들의 68.7%는 비정규직이었고, 업종별로는 음식·숙박업(1836명·60.7%)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그나마 제도를 알고 공식 보상받은 10대의 수만 이 정도다. 현실에서는 몇 배 많은 청소년들이 일하다 다치고도 제대로 된 보상조차 받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한 아이는 숯을 옮기던 중 떨어뜨려 팔과 다리에 2도 화상을 입고 손등이 찢어졌는데 사장이 약 사서 바르라고 2만 원을 주고 그걸로 끝냈다고 했다. 온갖 위법 행위와 갑질을 겪은 10대 노동자는 더 흔했다. 알바를 한 적이 있는 청소년의 절반은 근로계약서 없이 노동하거나, 임금체불, 최저임금 미만의 임금 지급 등의 노동인권을 침해당했다. 그리고 그것에 항의하면 버려진다. 


아르바이트만의 문제도 아니었다. 2017년 제주의 한 특성화고등학교에 다니던 이민호 군은 고3 때 현장실습생으로 생수 공장에서 일하다 적재기계 벨트에 끼여 목숨을 잃었다. 경기도의 한 특성화고에서 컴퓨터를 전공한 김동균 군은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현장실습을 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동균 군은 오전 11시 출근인데 2시간 일찍 출근해 재료 준비를 해야 했고 자정이 넘어서야 집에 왔다. 다섯 달 동안 동균 군의 몸무게는 70kg에서 45kg으로 줄었다고 한다. 


이런 사고가 끊이지 않음에도 제대로 된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이민호 군 사고 직후 교육부는 현장실습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1년 만에 취업준비 통로인 현장실습이 위축돼 취업률이 떨어졌다며 개선안을 내놨다. 개선안은 당초 노동을 제공하는 현장실습을 폐지하겠다는 약속과는 달리 실습 시기만 3학년 2학기로 미룬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청년실업비교분석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대 초반 경제활동참가율은 학업이나 군복무 등의 이유로 OECD 평균보다 훨씬 낮은 반면, 실업률은 OECD 평균과 거의 비슷하다. 남성의 경우 2017년 OECD 평균 경제활동참가율은 70.5%인데 반해 한국은 45.1%에 불과한데도, 실업률은 OECD 평균 11.2%와 거의 비슷한 11.5%이다. 


보고서는 경제활동참가율이 낮은데도 불구하고 실업률이 OECD 평균에 근접한다는 것은 20대 초반 연령대에서도 실제로는 실업문제가 심각하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밝히고 있다. 10대부터 일한 아이들이 20대가 되어서 접하게 될 일자리 역시 일자리의 양도 일자리의 질도 문제가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나도 아이를 키우고 있다. 큰 애는 올해 중3이 되었다. 중3이 되니 내 아이도 그렇고 아이 친구들도 꽤 진지하게 진로를 생각하는 것 같다. 그 중에 아이랑 가장 친한 친구가 있다. 우리 집에 자주 놀러 와서 나와도 이런저런 얘기를 자주 하는데, 이 친구는 수학과 영어에 자신이 없어 특성화고를 고민 중이라고 했다. 그 얘기를 듣는데 이 기사가 떠올랐다. 대학 졸업하고 나서 20대 때 취직을 해도 각종 갑질과 위험에 시달리는데 10대 아이들이 내몰린 노동현장은 말해서 무엇할까. 섣불리 괜찮은 생각이라고 말해 줄 수가 없었다. 
노동조합은 뭘 하고 있었나. 어른들은 뭘 하고 있나. 덩달아 내 고민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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