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아 한국노총 대외협력본부 국장
*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은 2007년 12월 31일 설립되었으며, 개성공단 전반 행정 및 지원을 담당하는 기관이다. 개성공단 개발계획 수립‧시행, 기반시설 운영, 입주기업의 창설‧등록‧노무‧세무 등 경영 지원, 남북 통합 경험의 공유사업 등을 추진하며 일반 공단 관리 업무와 지자체의 행정업무를 결합한 종합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전세계 이목이 집중되었던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되었다. 이로써 2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4차 남북정상회담 서울 추진을 계획했던 정부도, 민간교류의 전면적 활성화를 기대했던 수많은 단체들도 황망한 상황이 되었다. 특히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를 손꼽아 기다리던 관련 기업들의 실망감은 그 누구보다 크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의 김진향 이사장을 만나, 남북관계 및 개성공단의 현황과 전망을 짚어보았다.
우리가 바로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
Q. 2차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됐습니다. 그 배경과 전망을 어떻게 보십니까?
결렬의 핵심적 이유는, 지난 5개월간 진행된 북미 간 실무합의내용과 다른 완전히 새로운 안을 미국이 제시했기 때문입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인터뷰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비핵화 빅딜을 받아들이고, 핵·생화학무기와 탄도미사일을 포기하는 결단을 하라고 계속 요구”했으며, “그 대가로 북한의 좋은 부동산 입지를 통한 엄청난 경제적 미래를 제시한 문서를 전달”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빅딜안은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 정부조차도 명시적으로 언급한 바 없는 것으로써, 지난 5개월간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와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사이의 사전 실무협상의 결과가 완전히 무시된 내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전 논의와 완전히 다른 안을 정상회담 장에서 제기했던만큼 타결되기 어렵다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 역시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Q.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무엇일까요?
지난해 남북 정상의 만남이 무려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고, 정상 간의 합의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9월 평양공동선언 발표 이후, 우리는 북미회담을 지켜보는 것 외에 이렇다 할 행보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북미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된 후, 서울에서 4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겠다는 것 외에 별다른 실천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수동적 상황 인식, 소극적 태도가 결국 결렬의 또 다른 조건을 만들었습니다. 북은 조용히 관리가 되고 있었고, 한국 정부 역시 이렇다 할 행보가 없으니, 일정 정도의 정치적 부담을 감수하고라도 협상을 반드시 타결해야 할 이유가 없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역할 이전에 가장 우선적 과제는 능동적 상황인식과 적극적인 자세로의 변화라고 생각합니다.
Q. 능동적 상황인식이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합니까?
핵심은 중재자에서 당사자로 넘어와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북미관계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중재자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당사자라는 것을 철저히 인식해야 합니다.
우선 현 상황에 대한 프레임을 새롭게 구성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 모두가 현 상황을 ‘비핵화’ 프레임으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한발자국도 나갈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 인식입니다. 그러나 ‘비핵화’는 북미 간 프레임이고, 남북 간 프레임은 ‘평화’입니다. 평화라는 대전제 아래, 그 수단과 절차와 과정으로써 비핵화가 놓여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남북 정상이 긴장 해소와 평화 정착을 위해 합의한 사항들을 지켜나가는 것이 우리의 1차 목표가 되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비핵화는 단계적으로 해결될 문제입니다.
또한 한반도 문제의 주도권을 남북이 가져와야 합니다. 남북이 합의한 사항을 계속 지켜나가면서 한반도 평화를 국제적인 이슈로 만들어나갈 때, 북미 간 문제 즉 비핵화를 둘러싼 해결도 모색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심판이 아니라, 링 위의 선수가 되어야 합니다.
개성공단은 실질적 협력의 상징적 공간
Q.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문제는 대북정책에 대한 반대여론의 핵심에 ‘안보’를 놓고 있다는 점입니다. 보수언론이 주장하는 ‘확고한 안보’가 대북정책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는 것은 심각한 오류입니다. 어디까지나 국민행복이라는 절대가치의 기본토대는 평화이며, 안보는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하위 구조입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안보를 절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를 정상화해야 합니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비핵화’ 프레임입니다. 4.27 판문점선언과 9월 평양공동선언의 핵심은 바로 남북이 평화번영을 지향하자는 것, 그리고 이를 위해 군사적 대치 등의 긴장 상태를 완화하며 협력하자는 내용입니다. 비핵화는 전체 선언에서 10%도 차지하지 않고 있으나, 막상 한국 언론은 비핵화만 보도했습니다. 이러한 마당에 북미회담이 결렬되었으니 비핵화는 실패한 것이고, 정부의 대북정책이 잘못되었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것입니다. 결국 기존 프레임의 오류에서 벗어나, 남북 간 합의의 이행을 만들어가면서, 개성공단 재개와 같이 손에 잡히는 성과를 국민들 눈에 확인시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Q. 개성공업지구지원재단 이사장으로서, 개성공단의 의미에 대해 말씀해 주신다면?
개성공단은 정전체제 속에서, 남북이 대결을 넘어 실질적인 협력을 모색하는 가장 상징적 공간입니다. 평화를 제도화하는 가장 우선적 모델로서 개성공단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쉽게 말해, 개성공단이 확장되어 더 많은 남측 기업이 들어오고, 연관협력업체가 수 만 개가 되면 물리적으로 구조적으로 전쟁은 사라집니다. 또한 그 가운데 남북은 서로 상당한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수언론들이 개성공단을 놓고 ‘북한 퍼주기’라고 하지만,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인들은 오히려 남측 기업에 많은 이익이 된다고 합니다. 남북 경협이 한국 경제의 출로인 것은 확실합니다.
고려의 도읍인 개성에서, 남북의 경제적·인적·사회문화적 교류를 계속 발전시켜 통일의 터전을 만들어가는 것, 이것이 바로 개성공단의 비전입니다.
Q. 끝으로 노동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여러모로 어려운 시기, 이를 돌파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평화와 번영, 연대와 협력에 대한 국민들의 압도적인 지지 여론을 형성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노동자들이 앞장서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대북제재를 완화하고 연대교류를 넓히는 사업이 필요합니다. 남쪽의 노동자가 백두산 여행을 가고, 북쪽의 노동자가 한라산을 내려오고. 이런 사업들을 노동자들이 계속 추진해주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