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매일노동뉴스 기자
천년 고도 경주엔 무덤도 많고 고분도 많고 봉분도 많다. 온 데 불룩, 눈 돌리면 역사 유물이다. 청년들은 봄이라고 기차 타고 경주를 찾는다. 조선 시대의 한복을 빌려 입고 신라 시대의 흔적을 누빈다. 사또와 규수 차림, 종종 곤룡포 입은 왕의 행차가 거기에 잦다. 삼각대와 셀카봉으로 무덤 앞 사진 남겨 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실시간 중계한다. 그 앞 핫플레이스라는 황리단길 골목으로 흘러간다. 거긴 또 개화기다. 고풍스러운 한옥 지붕 아래엔 최신 유행을 따르는 찻집과 밥집이 즐비하다. 양장점 들러 드레스와 양복, 모자로 한껏 멋 낸 청년들이 역할극에 집중한다. 신사 숙녀 놀이하느라, 또 사진을 남기느라 분주한 좁다란 골목길엔 여기저기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다. 뜨는 곳엔 더 큰 돈이 몰린다. 더 크고 화려한 상점이 는다. 사람 바글바글 몰리는데, 사람 살지 않는 빈집이 늘어간다. 오래된 미래다. 거기 난리 통을 뚫고 택배차가 지난다. 노동조합 인정하라는 현수막을 차에 걸었다. 노조 조끼 입은 청년 노동자가 개화기 골목에서 땀 흘렸다. 꽃 피고 사람 몰려 한동안 그 일대 배달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