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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이해

[기고] 이철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등록일 2019년03월29일 10시35분 트위터로 보내기 네이버 밴드 공유

 

  지난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이루어진 ‘탄력근로제 개선을 위한 합의안’에 대해 찬반 논란이 여전합니다. 여성·청년·비정규직 계층별 대표들이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으며 합의안은 의결되지 못했습니다. 결국 합의안은 추인만 거친 후 국회로 공이 넘어갔습니다. 

 

  탄력적 근로제 합의안에 대한 주요 쟁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도 변화가 노동 시간의 증가, 노동자 소득의 감소, 건강권의 훼손 등 부작용을 가져올 것이며, 특히 영세-중소 비정규 노동자들이 직접적 대상이 될 것이란 우려입니다.  

 

  이번 3월호 <노동N이슈>에서는 탄력적 근로제 합의가 이루어진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에서 위원장을 맡았던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이철수 교수의 글을 소개합니다.

 

이번에 노사정이 합의한 3개월 초과(6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제는 현재 시행 중인 두 개의 탄력적 근로제(2주 및 3개월 이하 탄력적 근로제)와 별도로 도입한 제도이다. 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시간제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기본 입장, 역할과 한계, 탄력적 근로제가 그것이다.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의 기본 입장

 

첫째,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새 탄력적 근로제는 주 최대 52시간제의 현장 안착을 위한 보완적 제도인 바, 탄력적 근로제와 관련한 경영상 애로를 해소하면서도 그로 인해 우려되는 과로 등 건강 위험과 임금 저하 등 오남용을 방지함”을 기본 입장으로 정하여 활동하였다. 기본 입장에서 보듯이 이번 사회적 대화는 노사 어느 한 쪽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경제의 입장에서 노사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어느 쪽에서도 최선이 아니라 차선이었다. 기실 국민 전체를 위한 각자의 양보와 차선 선택은 사회적 대화의 본질이자 최고의 장점이기도 하다.

 

둘째,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회」는 경사노위의 요청에 따라 2019년 2월말을 시한으로 활동한 한시적인 ‘의제별 위원회’이다. 두 달 남짓의 활동 기한을 가진 위원회로서는 최대한 의제를 좁혀야 했고, 그 결과 논의는 2018년 3월 개정 근로기준법 부칙과 2018년 11월 국회의 요청에서 직접 언급한, 탄력적 근로제의 개선에 한정하였다. 그 밖의 것들 예를 들면 근로시간과 휴식 제도 전반의 문제점이나 근로자대표와의 서면합의의 실효성 등에 관해서는 노사의 의견은 듣되 개편 대상에서는 제외하였다. 따라서 일반론으로서 탄력적 근로제 자체에 대한 비판 또는 근로자대표나 서면합의 제도의 실효성에 관한 의문 나아가 근로감독 등 노동법의 실효성 확보 방안 등에 대한 의구심은, 비록 그러한 비판에 합리성이 있는 경우조차, 적어도 이번 노사정 합의 또는 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제에 대한 적절한 비판이라고 할 수는 없다.
 

셋째, 탄력적 근로제는 장시간 노동을 위한 장치가 아니다. 현장에서는 탄력적 근로제를 업무량의 변동에 따라 근로시간을 변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 또는 업무량이 많을 때 법정기준을 초과하여 집중근로를 허용하는 제도로 이해한다. 그러나 법적 관점에서 볼 때 탄력적 근로제의 본질은 법정기준시간의 단위기간을 조정(1일 8시간, 1주 40시간에서 단위기간의 주당 평균시간으로 변경)하는데 있다. 즉 노사의 집단합의를 통해 주당 평균시간(총근로시간)을 늘리지 않는 한도에서 특정한 날에 8시간 또는 특정한 주에 40시간을 초과하더라도 그 시간은 연장근로가 아니라 법정기준시간으로 보는 제도이다. 탄력적 근로제는 법정기준시간을 초과하여 근무한다는 점에서 일견 연장근로와 유사하게 보이지만, 다음 세 가지 점에서 연장근로와 확연히 구별된다.
 

탄력적 근로제와 연장근로의 차이

 

① 법정기준의 단위를 변경하는 제도이다. 즉 1일(8시간)과 1주(40시간)가 원칙인 근로시간 기준을 1주를 초과하는 기간 단위로  바꿀 수 있게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는 2주 이내와 3개월 이내라는 두 가지 제도가 있는데, 이번 노사정 합의는 여기에 ‘3개월을 초과하고 6개월 이내의 기간을 단위로 하는 제도’(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제)를 하나 더 추가하였다.
② 노사의 집단합의에 기초한다. 연장근로는 개별 근로조건을 변경하는 것이므로 사용자와 개별 근로자의 합의를 통해서도 가능하겠지만, 탄력적 근로제는 사업장 내 근로시간 기준의 조정 즉 ‘근로조건의 기준’을 바꾸는 것이므로 집단합의를 본질로 한다.
③ 시간보상을 통해 총근로시간은 동일하게 하는 제도이다. 연장근로는 가산임금(할증임금)이라는 금전보상을 통해 총근로시간을 확대하는 것인 반면, 탄력적 근로제는 일정한 시점에 확대한 시간만큼을 다른 시점에 단축함(시간보상)으로써 총근로시간은 동일하게 하는 제도이다.
 

탄력적 근로제와 장시간 노동

 

2.19 노사정 합의가 나온 후, 합의문의 내용에 대해 여러 가지 지적이 있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장시간 노동과 과로에 관한 것이다. 즉 새 탄력적 근로제가 1주 64시간까지 장시간 노동을 허용하여 과로를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주장의 문제점은 무엇보다 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제가 만능도 아니고 다른 제도에 우선하는 제도도 아니라는 점을 잊고 있다는 사실이다. 새 탄력적 근로제는 주휴일이나 휴식제도 또는 연장근로 규제 등을 전제한 것이며, 과로 규제처럼 당연히 적용될 것은 굳이 노사정 합의에 포함시킬 필요가 없었다. 노사정 합의에 없다고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식의 비판은 무지이거나 억지에 가깝다. 
또 이런 장시간의 노동은 주로 노동조합이 없는 중소기업에서 횡행할 것이라는 주장도 그리 설득력이 높지 않다. 우선 중소기업 사업장은 현재 주 최대 52시간제가 적용되지 않으며, 향후 주 최대 52시간제가 적용될 때 비로소 새 탄력적 근로제는 도입될 수 있다. 최대 근로시간으로 말하면 지금은 판례에 따라
(개인적으로 이 판지에 동의하지 않지만) 주 68시간까지 가능하다. 주 최대 52시간제가 시행되어 새 탄력적 근로제가 도입된 경우에 주 최대 가능시간은 64시간이다. 현재 68시간까지 가능하다고 해서 그렇게 계속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이 드문 이유는 그렇게 하면 과로 규제에 위반되어 여러 가지 제재를 받기 때문이다. 이처럼 과로규제가 계속 적용된다는 점은 새 탄력적 근로제를 도입, 시행하는 경우에도 변함이 업다.   


한편, 한 가지 분명히 할 점은 64시간이라는 숫자는 탄근제 자체에서 나오는 숫자가 아니라 여기에 연장근로를 더한 숫자라는 점이다. 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제의 1주 한도는 52시간인데 여기에 연장근로(주 12시간)를 더하게 되면 1주 최대 64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는 새 탄력적 근로제에 기존의 연장근로를 더한 것으로 양쪽의 요건을 다 갖추어야 한다. 연장근로에 대해서는 별도로 개별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고 또한 가산임금도 지급하여야 한다.
그리고 11시간 의무휴식제의 제도적 의미나 중요성에 관해 현장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점은 매우 아쉽다. 11시간 의무휴식제는 일간 근로시간의 제한이 없는 우리 법제에 장시간 근로를 막기 위한 유력한 장치로서 노동계도 일찍이 요구하고 있는 제도이다. 하루 근로가 가능한 최대 시간이 13시간이고 그 중 휴게시간 최소 1시간을 제하면, 5일 근무할 경우  60시간을 넘겨 근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근로시간 사전 확정과 관련해 주별 노동시간을 정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근로일별 근로시간의 사전 특정이 무너져 근로자의 생활불안정이 커졌다는 주장이 있다.
3개월 초과 탄력적 근로제에서는 기존의 3개월 이내 탄력적 근로제의 서면합의 사항이었던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주별로 확정할 수 있도록 완화한 것이 사실이다. 몇 달 전에 근로일은 물론 근로일별 근로시간까지 확정하라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어 이를 완화할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근로자의 생활안정과 예측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 최초 서면합의에서는 주별로 근로시간을 확정할 수 있겠지만, 개별 근로자에게는 최소 2주 전에 근로일과 근로일별 근로시간을 통보하도록 하였다. 노사의 이익을 적절히 조화시킨 대표적인 합의 사항이라고 본다. 
일부에서는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만으로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하여 위의 안전장치가 실효성이 떨어졌다고 주장한다. 근로자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주별 근로시간을 변경할 수 있는 사유는 매우 엄격하게 한정되어 있을뿐더러, 현실적으로 볼 때도 만약 사용자가 근로자대표와의 협의 없이 또는 근로자대표의 의견을 무시하고 근로시간을 변경했다면 다음 번 탄력 근로제 합의가 가능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등을 생각해보면 그런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근로자대표 및 서면합의의 유효성

 

근로자대표 또는 서면합의의 유효성과 관련된 의문도 많이 제기된다. 가령 11시간 연속휴식제 관련 서면합의, 임금보전 방안 서면합의에 대해 노조 조직률이 10%에 불과한 우리나라에서 노동자들에게 불리한 조항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중소기업 등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 노동자 대변장치가 부실하다는 점에는 대부분의 노동전문가들이 동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주장은 문제가 있다. 우선 이런 주장은 이번 노사정 합의나 새 탄력적 근로제에 대한 직접적인 비판이 될 수 없다. 그렇게 비판하자면 노동법과 관련된 모든 제도의 합의도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고, 현재 노동법에서 두고 있는 실효성 확보 방안 모두에도 의문을 제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노동자 대변장치나 법 위반에 대한 실효성 확보 방안은 짧은 시간 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사업장협정 체제로의 전환이 근본적인 해법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 대화의 의의

 

이번 합의가 졸속적이고 경사노위의 절차를 무시했다는 주장도 있다. 기실 우리 위원회는 정부와 여당의 말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으며, 또한 어떤 결론을 정해놓고 논의를 하지도 않았다. 오직 명확하게 한 것은 기한이었다. 즉 어떤 일이 있어도 2월까지는 끝을 낸다는 것이었다. 이 문제는 국회 차원에서는 2013년인가 2014년부터 논의를 해 오던 것이라 쟁점과 노사의 입장이 분명한 사안이었고, 시간을 끈다고 더 좋은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한편, 노사 또는 노사정의 합의는 사회적 대화의 우연한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합의가 아니라도 이해관계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상대방의 입장을 듣고 이해하며 쟁점을 분명하게 하고 의견 차이를 좁혀 나가는 것이 핵심이다. 이러한 논의 틀을 기초로 하면서도 다양한 방식과 차원에서 자율적인 합의를 모색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가 추구해야 하고 또한 경사노위가 과거의 노사정위원회에 크게 구별되는 점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합의가 희망과 연대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란다.

정혜윤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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